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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자기 린넨화이트로 기본 식기를 구성해놓고 나니 아무래도 접시 몇장은 더 구입해야 할 것 같았다. 딱히 집들이를 하거나 손님을 많이 초대할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접시는 좀더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생각 + 그릇을 검색하다보니 예쁜 것이 많아서 나도 사고 싶다 라는 생각의 조합으로 벌인 일.

여기저기서 덴비가 예쁘고 막 쓰기 좋다고 해서 보니 괜찮고 튼튼해보였다. 가격도 좋았고. 나름대로 신중하게 고민했다고 "생각"하고 헤리티지 라인으로 27cm 대접시(디너플레이트) 2장, 22cm 중접시(샐러드플레이트) 2장, 그리고 오븐 스파게티용으로 쓸 요량으로 스몰 오블롱(oblong) 디쉬 2장 이렇게 구매하였다. 그리고 몇 개월 뒤 프로모션에 눈이 멀어 면기도 2개 구입하게 됩니다....

여기 홈페이지의 사진 참조.

http://www.denby.co.kr/view/plate_tray

 

몇 년 후 내린 결론 - 생각 좀 많이 하고 살 걸

 

그릇 자체가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사용해보니 덴비의 접시류는 엄청나게 튼튼하다. 스톤웨어 재질이라 두껍고 정말 깨지지 않는다. 30년 뒤에도 쓰고 있을 것 같다. 후기를 보니 접시에 비해 밥그릇과 국그릇은 상당히 이가 잘 나가는 편이라고 하는데, 뭣도 모르고 산 것 치고는 운이 좋았다. 색깔도 두루두루 섞어써도 위화감이 없고 특히 한식에도 잘 어울려서, 사람들이 많이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납득했다. 바탕이 옅은 단색인 것을 선택했던 지라 스크래치가 있어도 거의 표시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후회를 했느냐 하면,

1. 용도에 대한 이해가 짧았다

접시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냥 큰 거 2개 중간 거 2개 사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 큰 접시는 스테이크용으로, 중간 접시는 과일용으로 쓰면 되겠지 했고, 모자라면 한국도자기 접시도 여분으로 2개나 있으니까 충분하다고 결론내렸다.

물론 사는 데 전혀 지장은 없었다. 다만 손님을 초대하는 데 접시 구성은 상당히 난해했다. 일단 앞접시가 없었고(한식일 경우에는 찬기 큰 것과 대충 섞어서 커버) 디저트 접시로 쓴 중 접시는 머그잔과의 색상 조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개중에 색깔 예쁜거 사고 싶다고 다 다른 색깔로 선택한 것이 절대적 패착... 그나마 손님이 몇 번 오지 않았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그릇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사실 괜찮았지만, 그릇을 새로 구성한다고 하면 절대 이런 식으로는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초대를 하게 될 경우 의외로 상차림에서 중요한 것은 앞접시의 통일성이므로 그걸 가장 먼저 신경썼을 것 같다.

 

2. 무거운 그릇은 잘 안 쓰게 된다

덴비는 가성비가 매우 좋은 그릇이지만, 스톤웨어라 일반 포슬린보다도 무겁다. 열 보존이 오래 되니 스테이크 접시나 오븐용 요리 그릇으로 쓰기에 좋고 식기세척기에 막 돌리기에도 최적이지만, 무거우니 수납장 아래에 보관하게 되고 손이 잘 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다행히 스테이크를 좋아해서 고기용 접시로는 아주 잘 썼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특히 디너 플레이트의 경우에는 잘 안 썼을 것 같다.

게다가 쓰다보니 나는 가벼운 그릇 취향...

 

3. 양식기는 양식기이다

일반 플레이트나 오블롱 디쉬의 활용도는 매우 좋았지만 면기는 조금 애매하다. 한식은 한식 그릇이 가장 잘 이해한다고 해야 할까? 덴비의 면기는, 특히 내가 산 딥 누들 볼은 한식 면기로는 적합하지 않다. 너비가 좁고 그릇이 깊어서, 게다가 그릇 자체가 무거워서 국수나 비빔밥 그릇으로는 손에 착 붙지 않는다. 한국도자기의 면기를 쓰다 깨져버려서 이걸로 산 것이었는데 좀 후회했다. 큰 오차즈케 그릇 혹은 우동기로는 괜찮았는데 이상하게 잔치국수나 비빔용으로는 아니었다.

또한 접시가 무거워서 한식 앞접시 용으로는 부적합하다. 이건 개인 취향일까? 한식으로 스몰 딥플레이트 같은 것은 잘 쓰이는 것 같지만 무거운 그릇을 늘리고 싶지는 않아서 들이지 않았다.

 

4. 결론

덴비에서 재구매한다고 하면 스몰 오블롱 디쉬 2개만(같은 색상으로, 흰 바탕 있는 색상으로!!) 살 것 같다. 간단한 오븐 스파게티용으로 매우 훌륭하다. 2인 이상의 오븐 요리라면 큰 라자냐/베이킹 디쉬를 따로 사면 되니까.

양식 그릇을 따로 처음부터 생각했더라면 양식용 개인 플레이트/샐러드 플레이트로 화이트 본 차이나 접시 21-22cm를 4장 정도, 같은 라인으로 디너 접시 2장, 만약에 초대할 것을 생각한다면 여기에 어울릴만한 서빙디쉬 큰 것으로 1-2장 정도 했으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공간 부족 혹은 예산 부족으로 디저트 접시를 따로 안 사도 머그잔 정도는 화이트 양식 접시로 커버 가능하니까 접시는 이 정도로 샀으면 충분했을 텐데. 왜 이제서야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인가.

 

 

다음 글은 면기의 부족함을 느끼고 새로이 구입한 김성훈 도자기에 대해서... 이렇게 그릇은 늘어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