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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그릇을 구성을 갖추어 장만해야 했을 때 너무 막막했다. 그릇을 살 때 뭘 봐야 하는지, 어떤 브랜드가 좋은 건지, 또 그릇은 몇 개나 사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기에, 지금 생각해보면 검색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찾아보다가 아잇 모르겠다 아줌마들이 많이 추천하는 것으로 가자, 해서 결정한 것이 한국도자기 린넨화이트였다.

당시의 선택기준

1. 화이트일 것 - 무늬 들어간 것 싫어함. 음식 담았을 때 예뻐보임.

2. 본차이나일 것 - 본차이나가 뭔지 몰랐음. 그냥 그게 좋다고 하니까.

3. 한국브랜드이거나 그에 준하는 구하기 쉬운 브랜드 제품일 것 - 보충하기 쉬운 것이어야 했음.

 

이 조건만으로 선택한 것치고는 잘 골랐던 것 같다. 재질도 모르고 브랜드도 잘 몰랐고 양식기 한식기 같은 개념도 없이 그냥 짐 많은 것은 싫으니 최대한 단순하게 고르자고 생각했는데 괜찮은 선택이었다(압구정 쪽에 있는 린넨화이트 매장에서 실물 확인을 하긴 함).

 

몇 년 사용해본 소감으로는,

1. 화이트 기본 식기는 진리

왜 화이트 식기가 기본인지를 알게 된다. 음식을 담았을 때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이건 물론 주관의 영역이지만, 한식의 경우에는 빨간 양념이 많고 나물류도 많아서 그런 색감을 받쳐주는 색으로는 흰색이나 푸르스름한 계열의 회색이 좋은 것 같다.

내가 산 식기는 한국도자기 중에서도 린넨화이트인데 따로 독립된 브랜드인지 홈페이지도 별도로 있다. 린넨화이트 색감은 화이트 중에서도 우윳빛으로 뽀얀 화이트인데 아무것이나 담아도 깨끗해보인다는 것이 장점이다. 화이트라고 해도 색감이 천차만별인데 린넨화이트의 화이트는 대체로 다른 그릇들과도 잘 어울리는 편이다. 그릇을 뒤집어보면 "LINEN WHITE" "Fine Bone China" 라고 써있다(사진 찍기 귀찮...). 굉장히 미묘한 차이이기는 한데 한국도자기 다른 화이트와는 아주 조금 색감이 다르다. 그래도 같은 본 차이나인 경우에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외국 브랜드와의 어울림도 나쁘지 않아서 덴비 헤리티지 라인이나 광주요와 섞어서 써도 괜찮았다.

 

2. 본 차이나는 가볍고 튼튼하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그릇의 질감은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가볍고 손에 잘 잡히는 그릇을 좋아한다. 검색을 자세히 하긴 귀찮으므로 재질별로 설명하는 것은 생략하고 직접 써본 그릇의 질감을 얘기해보자면, 포슬린(프리미엄 포슬린 포함) 계열은 약간 두껍고 열을 잘 보존하고 안정감 있는 스타일이고, 본 차이나(혹은 본 포슬린, "본" 들어가는 거)는 무게가 가볍고 매끈한 스타일이고, 스톤웨어는 포슬린보다 좀더 두껍고 견고하다. 대체로 일반적인 그릇들은 이 세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므로, 본인 스타일을 선택하면 된다. 가장 많은 재질의 그릇은 포슬린인 듯한데, 화이트 그릇을 선택할 때 포슬린과 본차이나의 화이트 색감은 상당히 다르게 느껴진다. 본차이나는 가볍기도 가볍지만 뭔가 색깔이 더 맑고 투명하다는 느낌?

한국도자기의 본 차이나는 대체로 튼튼한 편이다. 다만 가벼운 만큼 견고한 느낌은 아니고 적당하게 튼튼하다. 그릇을 막 쓴 것에 비해 그다지 상하지는 않았지만, 접시의 경우 이가 나간 게 1개, 깨진 게 1개 있었고 수저 스크래치 같은 것도 신경쓰일 수준은 아니지만 미세하게 생겼다. 밥그릇이나 국그릇에 비해 접시가 조금 약하다는 인상이다. 가벼워서 설거지 하기도 편하고 그립감도 좋은 편이다.

 

3. 아쉬운 디자인

뭐랄까... 무난하긴 한데 상차림을 했을 때 예쁘다는 느낌은 잘 안 온다. 굉장히 미묘하다. 그러니까 깔끔하고 음식이 돋보이는 상이기는 한데 접시나 찬기의 라인이 어떤 인상을 남기기에는 좀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물론 차리는 사람의 솜씨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기는 한데... 품질에 비해 디자인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다. 동글동글하고 한식에도 잘 어울리는데 쓰다보면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건 대체 왜 그런 건지 모르겠다. 그냥 보는 눈이 변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화이트는 단순해보이기 쉬우니 다양한 디자인을 내주거나 라인을 세심하게 주면 좋을 텐데(특히 찬기나 앞접시), 기존 라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신제품은 잘 나오지 않고 그나마 쓰던 것은 단종되는 경우도 있어서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되기는 좀... 나의 경우에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4. 초심자에게 매우 좋은 그릇

좀 투덜거리기는 했으나 초심자에게 추천할만한 그릇이다. 가볍고 색 맞추기 좋고 적당히 단단하고 필요한 그릇 구성하기 쉽고 가격도 괜찮다.

한국도자기에서 구매한 그릇은 밥그릇, 국그릇, 찬기(소4 중2 대1), 21cm 접시 2, 긴 직사각접시, 면기 2, 파스타볼 2 이렇게 였는데 가장 많이 쓰고 활용도가 높은 것은 파스타볼이다. 적당한 림이 있고 색상이 깨끗하고 크기가 좋아서, 그리고 볶음밥이나 파스타를 많이 해먹기도 했기 때문에 가장 많이 사용한 그릇이다. 정말 막 썼는데 튼튼하시다. 그리고 접시류는 지금 생각해보니 확실히 상대적으로 약하다. 직사각접시를 오븐에 넣었다가 식탁으로 옮기는데 살짝 놓치면서 가운데가 쫙 갈라졌다. 다행히 깨질 때 파편은 거의 없었다. 21cm 접시 1개는 이가 나갔고, 면기 1개와 국그릇 1개는 깨지지는 않았으나 금이 가서 버렸다. 초반에 설거지하면서 좀 험하게 했던 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기도 해서 내구성에 대해 뭐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그냥 나쁘지 않게 썼다.

그러면 다시 구매한다면 이렇게 구매할 것이냐? 그건 아니다. 지금 산다면 양식과 한식으로 확실히 나누어서 양식 그릇은 외국 식기로, 한식 그릇은 한국 식기로 살 것 같다. 그리고 디저트 용으로 할 접시와 찻잔은 조금 이름있는 외국 브랜드로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고 어떤 요리를 많이 해먹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막 살 수는 없으니 린넨화이트 저 구성에 타 브랜드 접시 4장만 따로 맞췄던 것은 결과적으로 잘 한 일이었다.

 

 

다음은 문제의 타 브랜드 "덴비(Denby)"에 대해 서술할 예정...